애써 평화로운 마음을 가지려 하지만 제 본성은 까칠합니다. 중국에 있으면서도 한국뉴스에 더 신경이 쓰이는데, 그래도 제 관심밖의 일들은 무시해야 합니다. 가끔 오지랖 부리다가 현타와서 스스로 한심해져서요. 중국 노동절 연휴라 생각을 몰입하다 보니 오랜만에 또 예민해집니다.

이번 대통령 방미에 동행한 여러 업체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을 세일즈해서 외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나간 거 였겠죠.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업체들 중 원격진료 서비스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의 등장때부터, 이후 온갖 허접스러운 회사들까지 ‘원격진료’를 표방하며 최근의 합법화 서명운동까지를 보노라면 황당합니다. 편의성 보다 국민의 약품 오남용 문제를 더 크게 여겨서 의약분업 시행한 한국 아닌가요? 원격진료보다 전 단계인 방문진료도 허용이 되지 않는 마당에 비대면 진료라뇨? 과연 환자들의 개인정보는 어떻게 보호될 것이며,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는 허위 보험청구등의 문제는 어찌 해결할 것인가요? 30여개 난립하는 비대면진료 회사들의 진료, 처방과 관련한 것들은 건강보험공단의 서버와 연동이 되나요? 온라인으로 진료하고 약까지 배달되는 건 무슨 첨단의 영역이 아니고 이전에도 시행될 수 있었던 서비스이고, 이게 위법이었던 이유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측면 때문이었습니다. 이걸 기득권 의사집단의 반발로 이해하다뇨? 코로나 시기에 한시적이었던 비대면 진료의 유용성?, 온라인에 넘쳐나던 다이어트약, 탈모약에 심지어 수면제 처방에 관한 광고는 무엇인가요? CT, MRI 세계에서 제일 많이 시행하는 나라가 한국 아닌가요? 이게 꼭 좋은 건가요? 지금 건강보험 재정으로 감당이 안 될 듯 하니 비보험에 국한하면 된다고 하고들 있습니다. 보험에 적용되는 진료를 비보험으로 하면 위법입니다. 비상식적이고 위법한 일들을 벌였으면서 이를 ‘신사업’으로 포장하고, 고사를 막기 위해 왜 행정력을 낭비해야 하나요?

원격진료의 얼굴마담을 앞세워 이런 싸움을 대리시키던 ‘노련한’ 한 업체는 이게 돈이 안 될 걸 알고, ‘원격진료’ 로 둔갑시켜 작업하던 회사를 매각했습니다. 늘 이 업체가 하는 것을 보노라면 타이밍과 포지셔닝이 절묘해서 감탄하게 됩니다. 성형앱에서도 얼굴마담을 내세워 위기를 회피하는 능력이 탁월하구요. 그 성형앱 얼굴마담 대표는 의료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었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과징금이 부과되었었습니다. 사소한 법 위반이 아니라 이미 과거부터 위법이었던, 역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 만들어진 법을 어겨서 입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불법이기에 성형까페에선 계속 모르는 척 할 뿐, 하고 있는 일이구요. 물론 잘 모르고 실수를 할 수는 있고, 잘못을 했다고 해서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죠. 그러나 일부 합법인 내용을 언급하며 마치 지금 하는 일들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듯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서비스에 반발하는 의사회를 기득권의 반발로 매도하고 있구요. 물론 의협과 성형외과 의사회의 대응이 이들의 방어력에 비해 노련하지 못한 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늘 이기적인 기득권으로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하긴 이 정도의 일은 최근 벌어진 주가조작 사례를 보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중국에서 거의 알려지지도 않은 필러 매출이 곧 증가할 거라고 증권게시판에서 떠드는 글들은 너무 많이 봐서, 이런 글들에 속는 사람들이 있나 싶었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주식, 코인, 부동산등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보면 아찔합니다. 그래서 앞서의 일들은 ‘작은’ 거짓말일 뿐이라 이런 것에 대해서는 둔감한 듯 합니다. 답답한 노릇이긴 하지만 이게 한국의 수준이고 이걸 받아들여야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저도 기대치를 낮추고 평정심을 찾아야죠. 그래도 차차 나아지길 기대하면서요. 이런 제 마음과 달리 오늘 날씨가 기막히게 좋으니 애써 또 태연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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