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제 지인의 호의로 20명 정도의 중년 여성들 앞에서 제 일과 병원을 소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호의였지만 저는 그 자리가 어려웠습니다.상대는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와 비슷한 포스를 가진, 술집 대마담들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냥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환자 유치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닫힌 공간에서 줄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들을 대할 때 가진 무서운 감정이 더 컸습니다. 딱히 트라우마로 남거나 했던 일은 아니었고 그냥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래도 많은 여자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긴 합니다.

이후로도 백화점 문화센터 같은 행사에서 발표를 했던 적은 있었고, 어제 오랜만에 또 그런 자리가 있었습니다. 역시 부담스러웠습니다. 어제 행사는 오늘 여성의 날을 앞두고 상하이 여성 경제인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입니다. 중국에서는 여성의 날 정도가 아니라 여신의 날이나 여왕의 날로도 부릅니다.

주제는 ’兔‘然美丽 였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가 지인의 설명으로 알아 들었습니다. 突然 은 한국에서는 돌연으로 읽고 '갑자기'와 같은 뜻인데 중국에서 突 와 토끼 한자인 兔 는 발음이 모두 tu 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이뻐진다는 의미에 올해 토끼의 해를 맞아 중의적으로 저렇게 명명했다고 합니다. 주제를 알고 보니 더 부담스러웠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명할 때도 성형외과 의사들은 학문적인, 혹은 부작용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합니다. 다행이 발표는 잘 마쳤고, 반응도 괜찮았습니다.

여성의 날 '여신'처럼 되기를 바라는 이들처럼 저도 ’兔‘然 신의 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딴 날은 아니더라도 오늘만큼은 저의 오늘을 있게 한 여성을 여신처럼 여기며 추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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