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게 항저우에서 수술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땐 제가 항저우를 시골이라 여겨서, 그 시골에서 한국까지 와서 성형수술을 받는 게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이후 알리바바 로 항저우를 알게 되었어도, 그런 시골에 알리바바가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제가 무식했던 거죠.

그 항저우를 어제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상하이서 180km 남서쪽으로 떨어져 있는, 인구 1200만의 IT 가 발달한 대도시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버글버글했습니다. 특히 제가 방문했던 5A 관광지인 서호에는 특이하게 노인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노인’하면 떠오르는 탑골공원 노인들의 우울함과 무기력, 혹은 괴팍한 이미지와 달리 이들은 흥겨웠습니다. 쿵짝쿵짝 음악에 따라 춤을 추고 생방송중인 할매들, 연주하며 합창하는 할배들 등 그들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꼭 경제적인 여유로움이 아닌, 정신적인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보기 좋았습니다.

서호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옛 모습과, 럭셔리한 현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최신 유행을 보여주는 Moncler와 에르메스 매장은 서호와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저는 아직은 저 할매, 할배들 처럼 쿵짝이는 음악에 춤추기 보다 조용한 에르메스 매장을 방문해서 ‘얼마면 돼?’를 외치고 싶습니다.

올해 가을 이 곳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예전 친구따라 LG 관중석에 앉아서 두산을 응원했던 그 깡으로, 올해 이 곳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제 모습이 상상됩니다. 그래도 친구따라 갔던 롯데 관중석에서는 두산을 응원하지 못했던 소심함도 있어서 저는 강약약강 입니다. 딴 팀 팬은 안 무서워도 롯데팬은 무섭습니다. 중국 팬에 맞설 깡도 없습니다. 상황 봐가면서 응원하겠습니다. 암튼 한국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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