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시월이,….. 는 태어난 달에 따라 이름 붙여진, 어릴 적 저희 집에서 기르던 개 이름입니다. 저도 엄연히 걔들 주인이지만, 많이 물렸습니다. 만만했겠죠. 그래도 저는 계속 개를 좋아했고 지금은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걔들이 주는 사랑으로 인해 느끼는 평화로움이 좋습니다. 그러나 alien 인 지금, 걔들을 가까이 하진 못합니다.

저같은 legal alien 인 지인의 애견 ‘토끼’를 보러 갔습니다. 토끼는 요크셔테리어인데, 유난히 귀가 큽니다. 좀 있으면 귀를 날개삼아 날 수 있을 듯 합니다. 처음보는 저를 깡총깡총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지인과 토끼의 환대가 고마웠습니다. 푸동의 멋진 야경은 덤이었습니다.

와이탄, 푸동의 화려함, 토끼의 애교에 즐거워진 마음과 상반되게 8년 전 저를 떠난 ‘해리’가 떠올랐습니다. 해리는 제가 키우던 말티즈입니다. 죽기 며칠 전에도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해리~해리~’라 부르니 사력을 다해 저를 쫓아오던 해리입니다. 해리가 그런 애정을 보여주었던 것은 저 또한 해리에게 애정을 주었기 때문이겠죠. 주종 관계가 아니라 가족 관계였으니……

최근 비자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은 차츰 누그러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곳에 기울인 애정이 부족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받아들입니다. 저도 상하이의 ‘십이월이’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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