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제 자랑거리 중 하나는 폭 3미터에 이르는 대형 수족관이었습니다. 해외의 멋진 수족관을 다녀봐도 제 수족관의 전성기 만큼 건강하고 예쁜 애들로 채워진 곳은 없습니다. 그래도 상어는 키워보질 못했습니다. 중국에서 더 큰 수족관에서 상어까지 키워보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구경이라도 해 보려고 상하이 최대 꽃 동물 시장(岚灵花鸟市场)을 갔습니다. 기대했던 상어는 찾지 못했습니다. 형형색색의 꽃들은 봄이 가까이 왔음을 말해 주었습니다. 옛날 상상했을 땐, 중국시장엔 원숭이도 있고 별 것이 다 있겠거니 했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그래도 제 손가락 보다 더 긴 메뚜기도 있었고, 최근의 유행을 반영하듯 파충류 등 특이 동물은 많았습니다. 하필이면 제게 애교를 부리는, 눈 마주친 고양이는 그 가게에서 제일 비싼 고양이였습니다. (150만원이 넘습니다.) 빨리 눈길을 회피했습니다.

시장에서 멀지 않은, 1년 전 방문했던 ‘天安千树 1000 trees’를 다시 방문했습니다. 천재 디자이너 토마스 헤드윅 의 작품입니다. 이 곳의 1000그루 나무는 마음의 평화를 줍니다. 다만 이 럭셔리 백화점 내의 인테리어 소품 가게를 방문하게 되면 심장이 벌렁댑니다. 엄청나게 예쁘긴 하지만 1000만원에 이르는 물병이나 3000만원 정도의 실내 자전거를 보노라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이 곳에서 창사에서 자주 보았던 KAWS 와 마주쳐 또 깜놀한 눈이 되었습니다. 이 화려한 백화점의 상당부분을 식당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각 층 마다 식당이 다 있습니다. 먹을 게 천지인데, 그래도 실내에서 음식냄새가 나지 않는 건 좋았습니다. 이 백화점이 내거는 슬러건 인 ‘Enjoy the difference’ 라는 말이 멋있습니다. 저는 상하이에서 different surgeon이 되어야 겠습니다.

天安千树 는 모간산루에 위치해 있고, 모간산루 50호는 예술단지입니다. 이 곳에서 미야자키 하아오 작품전이 있었습니다. ‘천공의 성’의 그림을 보니 왠지 天安千树 1000 trees 와 비슷했습니다. 이 걸 보고 나니 왠지 그냥 제가 different 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친숙하면서도 different surgeon 이 되어야 겠습니다. 이 나이에도 이렇게 변덕이 심한 걸 보니 저는 철이 더 들어야겠습니다. 세상은 넓고 참 배울 건 많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天安千树 의 작품 하나가 떠오릅니다. 'MADSAKI'......설마 saki 가 새끼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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