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택시기사님이 중국에 공부하러 온 학생이냐 물어서 오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마스크끼고 모자쓰고 선글라스로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겠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호사스러운 조식을 했습니다. 괜히 그릇에 조금만 담았습니다. 넓은 레스토랑에서 만수르 부럽지 않았습니다. 여유있게 식사를 즐기다 어제도 보았던 여자인형 모습에서 martyrs 영화가 떠올라 약간 무서워졌습니다. 제가 이렇게 시간 보낼게 아니라는 하느님의 계시 같았습니다.

PCR 검사를 하고 서둘러 亚龙湾 热带天堂 森林公园 으로 향했습니다. 4A 관광지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멋진 곳이었습니다. 호랑이가 나와도 이상할 거 같지 않을 만큼 숲은 울창했고, 그런 곳에 볼거리와 놀거리도 있었습니다.

중국을 상징하는 용의 동상이 멋졌습니다. 이색적인 유리 다리는 낭만적이었고, 에버랜드 후룸라이드를 능가하는 유리길 보트는 길이가 3100m 에 이르렀습니다. 지칠 때쯤 방문한 난초공원에서 또 제 특기, 뜬금없는 인물의 소환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생전 난초를 기르시며 나중에 형이랑 제게 그걸 물려주신다고 하시길래, 돈이나 물려달라고 했었는데 이제 그런 아버지도, 난초도 제겐 없습니다. 전 식물을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오늘따라 난초가 참 고왔습니다.

오후엔 鹿回头公园 을 방문하였습니다. 싼야 시내를 조망하며, 바다위 무수한 요트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다 주인이 있을텐데……, 싼야는 그래서 필리핀, 오키나와, 강릉 경포대, 부산 해운대 바다 느낌을 다 담고 있는 듯 합니다. 鹿回头 는 ‘사슴이 고개를 돌렸다’는 뜻으로 소수민족인 묘족의 시조와 관련된 곳입니다. 원숭이와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어떤 아재가 고함을 질러 쫓는 바람에 한 마리 밖에 못 찍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제가 한마디 했을 텐데, 중국에서 순한 양이 된 저이기에 참았습니다.

이 곳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열리지 않은 관광지나 가게도 많습니다.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과감히 해양 액티비티도 즐겨보겠습니다. 저녁에 야시장을 방문하려 했는데 야시장도 코로나라 열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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