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창밖엔 비가 내리죠. 그대와 난 또 이렇게 둘이고요. 비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할 말을 잃어 묵묵히 앉았네요.’

신문에 적힌 이 메모를 발견하고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제게 든 생각은 ‘우리 선생님, 와 이라노?’ 였습니다. 나중에 그 메모가 선생님 생각이 아니라 배따리기 ‘비와 찻잔사이’ 노래 가사란 걸 알았구요.(01) 오늘 처럼 비가 올 때면 이 때의 기억과 함께 선생님께서 졸업식 하루 전 날 제게 조용히 하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저와의 이별을 아쉬워하시면서 그 큰 눈에 눈물이 맺힐 듯 말 듯 상태로 진지하게, 졸업식 전 날 유리창 청소를 하던 제게 하신 말씀은

‘핸더가, ….. 중학교 가면 좀 덜 까불어라’

다 애정으로 하신 말씀이신거죠? 암튼 비가 내리면 항상 그 생각이 납니다.

오늘 오랜만에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02,03) 이제나 저제나 봉쇄 해제 소식을 기다리지만 또 페이크 인 PCR검사만 있었습니다. 오늘도 흰둥이들 먹이는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서 아침에, 저는 입에도 못 대 본 오리고기를 줬습니다. 오리야, 미안하다~~ 새끼냥이들도 활달해서 안심이 되었구요.(04) 점심땐 제 생애 처음으로 계란찜을 해서 줬고,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저녁에도 계란찜을 해서 줬습니다.(05) 그러고보니 제가 처음으로 해 본 계란찜도 전 맛도 못봤습니다.(06) 냥이 밥을 위해서라도 빨리 봉쇄 해제가 되어얄 성 싶습니다.

봉쇄되어 있으니 안물안궁인 제 일상 얘기만 적고 있습니다. 원래 전 SNS 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앞으로를 위해, 우선 상하이 소식을 전하자란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이렇게 똑 같은 일상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봉쇄가 풀리면 상하이 미슐랭 맛집도 다녀보고 중국의 병원이나 의료기 회사들 탐방도 하고 해 보겠습니다.

오늘 한국에선 가상화폐 멸망전이 일어난 듯 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인가요? 쿠팡 주가 폭락을 두고 마치 외국인들에게 한 방 먹인 듯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니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죠. 말은 안 되지만, 제가 부러워하기도 했던 중국 성형앱 신양은 나스닥에 상장되어 2조를 찍었다가 오늘 1560억원대가 되었습니다. 쿠팡보다 더 심하죠? 한국의 비슷한 회사는 이런 위험을 잘 회피하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하게 하는 트릭은 절묘하게 구사합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그동안 규제에 막혔던 원격진료가 이제 활성화되겠답시고 슈퍼앱이 되겠답니다. 지금은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말에 다름이 없죠. 20여년전 닷컴 버블이 터지고 나서도 부각되었던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 ‘고객의 충성도와 재방문률’ 같은 ‘기본’이었습니다. 온라인 의료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배달의 민족 같은 중개 수수료도 안됩니다. 비용은? 지금까진 의사가 부담해야 하는 플랫폼이구요. 의사가 돈 내고 들어가서 내가 얼마나 싸구려인지를 경쟁하는 플랫폼…… 이게 말이 됩니까? 암튼 그렇습니다. 저도 제가 평가받는 입장이 아니라 논평하는 입장이면 훨씬 시니컬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부터 저는 ‘비와 찻잔사이’ 가사처럼 묵묵히…… 전진!! 오늘 그 비에도 비 맞으며 테니스 코트장에서 축구하는 아재들 보면서 참 부러웠습니다.(07) 멀리 차들이 다니는 것도 조금씩 보이구요. (08) 내일은 오늘 보다 더 해제 되는 거겠죠? 연못의 1짱인 이 잉어처럼 저도 여유롭게 돌아다닐 그 날을 꿈꾸며!!!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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